쓰다/NIKKI11 230608_WAR 맥주를 사 갖고 을왕리 밤바다를 찾았다. 해변에 앉아 하소연을 늘어놓은 뒤 아무래도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말 그렇게 느끼고 있기도 했고, 남을 탓하는 것보단 이쪽이 더 건설적이리라 믿었다. 형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듣고만 있다가 뜬금없이 야구 지표 이야길 꺼냈다. 선수를 평가하는 지표가 여럿 있는데, 타율이니 출루율이니 하는 고전적인 지표들 말고, 최근에는 WAR라는 지표가 각광받는다고 한다. Wins Above Replacement의 준말로, 우리말로는 '대체 수준 대비 승리 기여'로 옮긴다. 말 그대로 (가상의) 대체 선수에 비해 승리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이다. 모든 스포츠 팀의 당면 과제는 승리일 테니 이보다 더 직관적인 지표가 또 있을까 싶지만, 실은 세이버 매.. 2023. 6. 8. 230518_그것'도' 읽어야지(〈제 꿈 꾸세요〉_김멜라) 최근 김멜라 작가의 단편 소설 〈제 꿈 꾸세요〉를 읽을 기회가 있었다. 동명의 단편집의 표제작이었다. 반쯤은 뜻하지 않은(읽어 보면 무슨 말인지 안다) 죽음을 맞은 주인공이 자기 시신을 발견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누군가의 꿈속으로 찾아간다는, 설정만 놓고 보면 아주 신선하지는 않은 소설이었다. 그러나 주인공이 목적지(부탁할 상대)를 결정하고 또 수정하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이 내게는 퍽 와닿았다. 애초에 엄마에게 시신을 발견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동기로 떠난 여정이었다. 학창 시절 친구와 전 연인에게도 차마 부탁하지 못하고 돌아서고 말았던 주인공이 소설의 막바지에 이르러선 "제 꿈 꾸세요"라고 말하기 위해 그들 세 사람을 기꺼이 찾아간다. 소설은 그 과정을 유난스럽지 않게, 그러면서도 설득력 있게 그려냈.. 2023. 6. 3. 230228_죽변항, 마늘치킨오비광장/영등포구청 주말에 일을 하면서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직장인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어느 오피스텔 724호에서 술로 맺어진 친구들과 다시 모일 기회만 벼르던 차에, 마침 올해 3.1절이 수요일이라 2월 28일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 (하도 꼬리를 말고 튀어대서 꼬말튀라 불리는) 디케이는 참석하지 않았고, 대신 만화 그리는 쌈리가 함께했다. 식당 선정은 언제나처럼 맛집 블로거 셴짜이가 도맡았다. https://m.blog.naver.com/purplebeat/223033109200 -소주가 콸콸 들어가는 해산물포차! 2월의 마지막 날. 724 멤버+쌈리까지 해서 모이기로 한다. 우국선생은 우국하지 못하고 변절해버렸다는 슬... blog.naver.com 호오가 분명한 주제에 게으름은 그보다 더 심.. 2023. 3. 28. 221221_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2022) 과외가 있는 날이었다. 아침 일찍 눈알을 심고 준비하는데 학생이 코로나에 걸렸다고 연락이 왔다.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도로 눈알을 뽑았다. 창밖에는 간밤에 내린 눈이 쌓였고, 냉장고에는 재운 고기와 샤브샤브용 모듬 채소가 있었다. 조금 이른 점심으로 나베를 끓여 먹었다. 식기세척기와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영화를 한 편 보기로 했다. 평소에는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고르다 질려버리기 일쑤인데 오늘은 마침 주호민 아저씨의 〈피노키오〉 리뷰 영상을 본 게 떠올랐다. 기예르모 델 토로라면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을 재밌게 보기도 했고, '아동용 애니메이션'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2006)로도 유명한 감독이라 그가 피노키오는 또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해졌다. 이 영화는 .. 2023. 1. 16.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