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일을 하면서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직장인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어느 오피스텔 724호에서 술로 맺어진 친구들과 다시 모일 기회만 벼르던 차에, 마침 올해 3.1절이 수요일이라 2월 28일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
(하도 꼬리를 말고 튀어대서 꼬말튀라 불리는) 디케이는 참석하지 않았고, 대신 만화 그리는 쌈리가 함께했다.
식당 선정은 언제나처럼 맛집 블로거 셴짜이가 도맡았다.
https://m.blog.naver.com/purplebeat/223033109200
<죽변항/영등포구청>-소주가 콸콸 들어가는 해산물포차!
2월의 마지막 날. 724 멤버+쌈리까지 해서 모이기로 한다. 우국선생은 우국하지 못하고 변절해버렸다는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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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가 분명한 주제에 게으름은 그보다 더 심해서, 믿을 만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따라다니는 편인데, 음식에 관한 한 셴짜이는 분명 '믿을 만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메뉴는 해산물.
https://place.map.kakao.com/12389662
죽변항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34길 3-2 (당산동3가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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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전형적인 포차 분위기였다. 둥그런 스뎅 탁자에 건장한 장정 넷과 멸치 하나가 둘러앉자 서로 어깨가 맞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탁자 간격은 생각보다 좁지 않았지만 외투들이 두껍다 보니 유난히 좁게 느껴졌다. 다만 그게 거슬린다기보다는 복작복작 정감이 가는 느낌.
대기열이 있을 정도로(30분 정도 기다렸다) 인기 있는 집이라서인지, 과연 해산물의 상태가 좋았다. 물회가 특히 별미였다.
어느 해물 포차에 가건 마찬가지겠지만, 이날의 화룡점정은 해물 라면이었다. 다른 메뉴를 시켜야만 추가할 수 있는데 꼭 가성비를 따지지 않더라도 맛 자체가 훌륭했다. 속초 당근마차에서 먹었던 '싯가' 해물 라면에도 크게 꿀리지 않았다.
죽변항에서 1차를 마치고, 먼저 돌아가는 쌈리를 배웅한 뒤 2차 자리로 이동했다.
우선 간판에서 느껴지는 살발한 아우라에 감탄하고 들어서자, 먼저 가 있던 724 친구들이 반반을 먼저 시켜 놨더랬다.
맛은 보시는 대로. 사장님이 통닭을 내주시며 "우리는 마늘 치킨이 전문인데" 하시기에 얼른 비우고 마늘 통닭까지 이어서 주문했다.
여기저기에 마늘 페이스트를 바르고 '마늘 ○○'을 자칭하는 여러 음식을 맛봤지만, 마늘 향이 날 뿐 다디달았던 그들(이쪽도 좋아한다)과 달리 이쪽은 진짜배기 마늘의 알싸한 향이 강렬했다. 호오가 갈릴 것 같지만 나는 호였다.
해산물에 통닭까지, 그야말로 풀코스를 즐긴 뒤 재팡이네서 띵거와 셋이 잠들었다. 불초 막내가 먼저 침대에서 곯아떨어졌더니 건장한 두 사람은 상도 안 치우고 바닥에서 잠들었던 모양. 아침에 눈을 떠 발치에 구겨져 잠든 띵거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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