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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NIKKI

230608_WAR

by 조토삼 2023. 6. 8.

비둘기 을왕리 리전폼?

 

맥주를 사 갖고 을왕리 밤바다를 찾았다. 해변에 앉아 하소연을 늘어놓은 뒤 아무래도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말 그렇게 느끼고 있기도 했고, 남을 탓하는 것보단 이쪽이 더 건설적이리라 믿었다. 형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듣고만 있다가 뜬금없이 야구 지표 이야길 꺼냈다.

선수를 평가하는 지표가 여럿 있는데, 타율이니 출루율이니 하는 고전적인 지표들 말고, 최근에는 WAR라는 지표가 각광받는다고 한다. Wins Above Replacement의 준말로, 우리말로는 '대체 수준 대비 승리 기여'로 옮긴다. 말 그대로 (가상의) 대체 선수에 비해 승리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이다.

모든 스포츠 팀의 당면 과제는 승리일 테니 이보다 더 직관적인 지표가 또 있을까 싶지만, 실은 세이버 매트릭스라는 복잡한 방법론을 적용하기에 관객의 입장에선 피부로 잘 느껴지진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형은 바로 그래서, 그러니까 단순하지 않아서 WAR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예를 들어 9회 말에 등판한 마무리 투수가 만루 홈런을 얻어맞고 역전을 당한다면, 그 패배는 온전히 그 마무리 투수의 탓일까? 팀의 야수들이 5점 이상의 점수 차를 냈더라면, 그래서 만루 홈런을 맞고도 경기가 끝나지 않았더라면 마음을 추스른 투수가 그 다음 타석을 틀어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처럼 인과를 따지는 게 결코 단순하지 않은 문제인데, WAR이라는 지표가 이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고.

비단 야구만이 아니라 만사가 다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