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동물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다. 아예 집에서 키우거나 임시 보호하는 친구도 있고 사정상 키우진 못 하고 귀여운 동물 사진과 영상만 소비하는 친구도 있는데, 아무래도 후자가 더 많다. 개중 여러 동물 계정을 두루 섭렵한 한 친구가 씁쓸한 이야길 해 줬다. 어느 동물의 팬이 다른 동물 계정에다 "누구 아니었으면 돋보기에도 안 떴을 듣보잡"이란 악플을 달더라는 것이다.
연예인이나 화제가 된 일반인 들이 악플에 시달린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특히 참다못한 그들이 고소의 칼날을 빼들자 무수한 사과의 요청이 쏟아지더란 후일담이 들릴 때마다―저들은 왜 굳이 찾아가서까지 악의를 쏟아내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곤 했다. 그러다 동물 계정에까지 악플이 달린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망연해지고 말았다.
어떤 것에 대한 사랑이 다른 것에 대한 적의의 이유가 되지 않을 수는 없는 걸까? 사랑의 대상이 나 자신이건 신적인 존재이건, 우리는 역사적으로나 일상적으로나 이런 사랑의 메커니즘을 너무 많이 봐 왔다.
친구는 사랑하는 대상을 자기와 동일시하는 심리와 남들보다 우위에 서고 싶은 심리가 뒤섞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흔히들 "자존감이 낮다"고 하는 행동 양상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에게 만족하지 못하니 이상적인 상대를 우상으로 삼고, 내가 남들보다 뒤처지는 게 두렵지만 나를 높이기보다는 상대를 끌어내리려 하는.
석가모니는 나자마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쳤다고 한다. 불교 철학에 조예가 깊지 않아 그 의미를 알 수는 없으나, 감히 넘겨짚어 보자면 "남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자기로 서겠다"는 선언으로 들린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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