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하우스마이샤_합정동
모처럼 평일에 맞이한 휴일. 점심쯤 홍대에서 볼일이 있었고 저녁엔 이태원에서 대학 동기를 만나기로 했다. 볼일이 끝나고도 시간이 남아서 합정역까지 걸었다. 합정역엔 6호선이 지나니, 교보문고에서 책도 좀 보고 가까운 카페에라도 들렀다가 거기서 이태원으로 갈 생각이었다.
합정역 주변에는 셴짜이에게 추천받은 좋은 카페가 많다. 경로의존성이 어딜 가진 않아서 개중 한강에스프레소만 주구장창 다니고 있었는데, 오늘은 책도 읽을 겸(한강에스프레소는 바 테이블 위주라) 새로운 곳엘 가보기로 했다.
커피하우스마이샤
서울 마포구 포은로 52
map.kakao.com
합정역에선 걸어서 10분 좀 더 걸렸다. 테이블 두어 개가 제법 여유롭게 배치된, 사장님 한 분이 운영하시는 작은 카페였다.
메뉴판에서 핸드드립 쪽을 기웃거렸더니 "핸드드립 중에 산미가 있는 건 에티오피아밖에 없어요."라고 하셨다. 아무래도 산미가 있는 원두를 찾는 손님들이 많은 모양. 그럼 그걸로 주십사 말씀드리자, 커피를 내릴 준비를 하시며 조곤조곤 썰을 풀어주셨다.
모 프렌차이즈 카페 탓에 강배전 커피라고 하면 쓴맛이겠거니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잘만 하면 이게 참 맛돌이라는 게 사장님의 설명이셨다. 당신께서도 강배전 커피를 좋아하신다고. 눈앞에서 "니가 잘하는 집엘 안 가봐서 그래"라고 하시는데 또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어서, 죄송한데 강배전 커피로 바꿔도 되느냐고 여쭤봤다. 내친 김에 원두 추천까지 부탁드렸다.
한 모금 마셔봤더니, 과연, 우려했던 탄 맛이 전혀 나지 않았다. 사장님 말씀대로 산미와 단맛을 약간의 쓴맛이 잡아줘서 맛의 균형이 아주 훌륭했다. 커피가 식으면서는 신맛이 돌출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집 커피는 그렇지도 않았다. 마지막 한 모금까지 즐겁게 마셨다.
사장님과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동네 맛집이며 독립서점도 추천받고, 이야기가 자연스레 끊어질 즈음 책을 펼쳤다. 그러자 휴대용 스탠드까지 가져와 자리에 불을 밝혀주셨다. 어쩜 친절하시기까지.
교보문고에서 이 책 저 책 한 시간을 들여다보다가 세 권 집었는데, 여기선 개중 《서평 쓰는 법》이란 얇은 책을 읽었다. 인문교양에 관한 좋은 책을 많이 내는 유유출판사의 땅콩문고 시리즈 중 한 권으로, '독서의 완성'이란 부제처럼 '책 잘 읽는 법'에 관한 이원석 서평가의 경험적 조언이 담겨있다. 작고 얇은 주제에 내용은 아주 알찼다. 비평을 업으로 하는 작가라선지, 어느 문장 하나 허투루 쓰지 않았다는 느낌.
책을 반쯤 읽으니 약속 시간이 가까워졌다. 나머지는 6호선 지하철 안에서 읽기로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카페를 떠났다. 다음에는 추천받은 독립서점까지 들러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