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읽다

도둑맞은 집중력_요한 하리

조토삼 2023. 11. 12. 10:52

(사진 출처: 교보문고)

음식은 크게 가리지 않지만 책은 조금 가리는 편이다. 어떤 책을 특히 좋아한다기보다는 어떤 책에 유달리 시큰둥하다. 예컨대 자기 계발서에는 유독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도둑맞은 집중력》도 처음에는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현대인을 위한 자기 계발서인 줄 알았고, 그래서 읽을 일이 없으리라 여겼다.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건 이 책이 초대받은 독서 모임의 이번 달 선정 도서였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저자 스스로도 분명히 선을 긋는바 이 책은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오히려 집중력에 관한 시중 자기 계발서의 반대 항에 서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실제로도 어느 장에는 그 저자들 중 한 사람(《초집중》의 니르 이얄)과의 논쟁을 실어놓고 있다.

반대 항이라고 한 데서 알 수 있듯 저자의 문제 제기는 메타적인 수준에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즉,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대 사회의 환경 속에서 어떻게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 자체는 여느 자기 계발서들과 공유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그 답을 개인의 노력(자기 계발)에서 찾을 때, 저자는 집단적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답이 다른 건 원인을 달리 진단해서 그렇다. 달라진 환경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기 계발서들과 달리, 이 책의 저자는 그 변화 너머의 힘에 주목한다. 즉, 어떤 의도를 가지고 변화를 주도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힘이 너무나도 거대하기에 특출난 일부를 제외하곤 그 변화에 저항하기 어렵고, 따라서 우리는 조직적으로 이들을 제재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책은 즐겁게 읽었다. 시간이 빠듯했지만 숙독이 필요한 책은 아니라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독서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도 대체로 감상이 비슷했다. 문득 이 책의 구성이 소설적인 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은 범죄 스릴러 소설의 플롯을 따르고 있다. 이를 발견-추적-진실로 단순화한다면, 저자는 사람들의 집중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진 세태를 문제적으로 받아들이고(발견), 전 세계 여러 석학을 만나며 그 원인을 다각적으로 파헤쳐가다가(추적) 배후에서 이를 조장하는 조직적 세력을 마침내 발견해낸다(진실).

속 시원하거나 꺼림칙한 결말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우리는 아직 그에 적응해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자리에 대신 여러 사회 문제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채워 넣는다. 유튜브 영상 중에 삽입된 광고처럼 뜬금없게 다가와서, '집중력'이라는 낱말에 이끌려 이 책을 집어들었다면 십중팔구 흥미가 식고 말 것이다. 물론 저자에게는 그 모든 문제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